추미애 의원, 제1야당 당수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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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6-08-27 20:01본문
추미애 의원, 제1야당 당수 되다
더불어민주당은 새 당 대표에 대구 출신의 5선 의원인 추미애(서울 광진을) 의원이 27일 선출됐다. 60여년 민주당사(史)에서 대구·경북(TK) 출신 여성 당수가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천년민주당 시절인 2000년 경북 울진 출신의 김중권 대표가 있었으나,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경우여서 당수는 아니었다. 추 신임 대표는 이날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45%)와 권리당원 투표(30%), 일반 여론조사(일반당원+국민·25%)를 합산한 결과, 김상곤 이종걸 후보를 누르고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로 당선됐다. 추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로서 공정한 대선국면 관리를 통해 수권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중대 과제를 안게 됐다.
'추다르크'와 '삼보일배'라는 말로 대변되듯 급격한 부침이 있었던 21년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거친 그는 열린우리당 분당, 그리고 뒤이은 탄핵 사태로 한때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대척점에 서 있었지만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 '추풍'(秋風·추미애바람)을 몰고온 것은 역설적이기도 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날은 광주에서 판사로 지내던 추 의원이 김대중(DJ)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영입 제안을 받아 입당원서를 쓴 1995년 8월27일로부터 꼭 21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추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정견발표에서 이러한 사연을 소개하며 "오늘은 운명 같은 날"이라고 말했다.
대구 세탁소집 셋째 딸로 태어난 추 후보는 사법고시를 치른 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남인 전북 정읍 출신 남편과 결혼했다. 이로 인해 추 후보는 '대구의 딸이자 호남의 며느리'로 불리게 됐다. 37살이던 1995년 DJ의 전문가 수혈 케이스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97년 대선 때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면서 높은 대중성에 더해 강한 돌파력, 추진력을 보여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15~16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 직설적이고 매서운 의정활동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당내 개혁적 소장파 그룹인 '푸른정치모임'의 일원으로서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과 함께 정풍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2002년 대선 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며 '희망돼지 저금통'을 들고 거리로 나가 국민성금을 모아 '돼지엄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돼지아빠'로 불린 정동영 의원과 함께였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을 하루 앞두고 단일화를 했던 정몽준 전 의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차기 지도자를 거론하며 "우리에게는 추미애·정동영도 있다"고 말해 정 전 의원의 지지 철회 꼬투리가 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추 신임대표는 2003년 민주당 분당사태 당시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하고부터는 시련의 시기를 겪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가 역풍에 부딪혔고, 17대 총선에선 구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아 '삼보일배'를 하는 등 고군분투했으나 대패를 면치 못했고 본인도 낙선했다. 이 와중에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불리는 공천 파동이 터지기도 했다. 낙선 후 2년간의 미국 유학길에 올라 와신상담한 추 후보는 공백기를 딛고 2007년 구 민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며 정치활동을 재개했으나 컷오프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8년 18대 총선 서울 광진을에서 당선돼 복귀를 알렸고, 내친 김에 그해 7·6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했으나 정세균 당시 대표에 패해 다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추 대표는 19∼20대 총선에서도 연이어 승리하며 5선 고지에 올랐다. 대선이 있던 2012년 6·9전대에서 3등으로 지도부에 입성, '이해찬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냈고 문재인 후보 선대위의 국민통합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표 체제 하에서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발탁된 뒤 당내 비노 진영의 공격에 맞서 문 전 대표 엄호에 나섰다.
이러한 과정에서 추 대표는 친노 진영과 '구원'을 풀며 정치적 화해를 이뤘고, 이번 전대 과정에서도 "노 전 대통령 탄핵 때 찬성표를 던진 것은 내 정치인생 가장 큰 실수"라며 가는 곳마다 공개 반성문을 썼다. 강성 이미지와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전대 과정에서 SNS에 엄마, 주부로서의 고된 일상을 소개하며 대중에게 다가서는 등 소통과 친화력 복원에도 적극 나섰다. 추 신임대표는 변호사인 남편 서성환(61)씨와 1남2녀를 두고 있다. 새누리당은 호남출신의 이정현 대표, 더민주는 TK경북 출신의 추미애 대표체제가 됨으로써 정치권에 낡은 지역주의가 더욱 사라져 가고 있으며 새 판세와 새 권력지형이 형성되고 있다.
▲대구(58) ▲경북여고 ▲한양대 법대 ▲인천.전주지법, 광주고법 판사 ▲15.16.18대 의원 ▲ 새천년민주당 총재 비서실장 ▲ 노무현 전 대통령후보 국민참여운동본부장 ▲ 문재인 전 대통령후보 국민통합위원장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이기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