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노벨문학상-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 수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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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7-10-06 01:45본문
2017 노벨문학상-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 수상<2>
『떠 있는 세계의 예술가』의 강력한 물리적 그리고 심리적 디테일이 보여주듯 이시구로 작품들은 ‘본성’에 사로잡혀 있다. 일본에 있는 오노의 부서진 집의 강력한 이미지부터 『남아있는 나날』에서 보여주는 ‘영국적인’ 달링턴 홀(Darlington Hall)의 수그러든 장엄함이 보여 주듯 이시구로 소설들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적인 영역에 있을 때이다.
동시에 이 모든 소설의 주인공은 소설에서 중심이 되지만 중심이 아닌 척 하는 사건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이때까지 발표됐던 이시구로 소설들 중 가장 성공하였다는 평을 받는 『남아있는 나날』에서 집사로 일하는 스티븐스(Stevens)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귀족적이고 고립된 ‘달링톤 홀’의 세계는 국내 · 국제의 정치적인 사건들과 동떨어진 사회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죽은 달링턴 경이 전쟁 동안 나치 지지자였다는 사실이 명백해지지만, 고용주로서의 달링턴 경은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 스티븐스는 이 괴리 때문에 꾸준히 괴로워한다. 1956년에 미국 사업가가 달링턴 홀의 새 주인이 되자, 스티븐스는 휴가를 얻는다. 스티븐스가 예전 가정부인 켄튼(Kenton) 양을 만나기 위해서 자동차로 여행하는 동안, 그의 기억들은 여행기 형태로 드러난다. 에츠코와 오노의 이야기가 그러했듯 스티븐스의 회상을 통해서 과거를 이해하게 되며 그 과거가 임시적이고, 부분적이며,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소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티븐스가 모슬리(Mosley)와 같은 파시스트(Fascist) 지도자를 접대하는 것을 도왔다는 사실과 켄튼(옛 애인)을 찾아간 이유가 있음을 배우게 된다. 스티븐스는 망상에 사로잡힌 인물로, 독자들은 그를 동정하나 그를 믿지는 못한다. 『남아있는 나날』에서의 이시구로가 선보인 놀라울 정도의 정교함과 명료함은 이 소설이 언어의 왜곡과 모호함에 관한 내용임을 잊게 한다.
에브리맨라이브러리사(Everyman Library edition)에서 2012년에 재출간한 『남아있는 나날』은 거의 25년전 처음 출간됐을 때처럼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남긴다.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는 신판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새로운 텔레비전 시리즈인 『시크릿 오브 다운튼 패밀리(Downton Abbey)』의 인기가 괴기한 영국 계층 시스템의 새 세대를 열었다고 하면, 이시구로의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의 강력하면서도 절제된 여행을 통한 ‘허비된 삶’에 대한 묘사는 덜 회의적인 줄리안 펠로우즈(Julian Fellowes)의 드라마(시크릿 오브 다운튼 패밀리)와 대조를 이룬다. 『남아있는 나날』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우리의 계층 사회의 가치 체계를 파괴한다.”
부커상 소설 부문을 수상한 『남아있는 나날』에 비평가들의 찬사가 잇따른 후, 이시구로의 다음 소설은 놀랍고도 대담한 일탈을 보여줬다. 『위로 받지 못한 사람들』는 과감하게 그의 이전 작품들의 형식과 주제를 무너뜨렸다. 이시구로가 표현하길, 그의 처음 세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기억을 정리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위로 받지 못한 사람들』의 라이더는 ‘혼돈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름 모를 유럽 도시에서 진행 되는 이 이야기 속 라이더의 서술은 혼란스럽고 몽롱하다. 이시구로의 초기 소설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억에는 허구적인 일관성과 통일된 순서가 있었다면, 이 소설은 안정된 정체성의 개념을 던져버리고 라이더의 존재에 관한 일관성 없는, 예측불가한 이야기 사이를 움직일 뿐이다. 『위로 받지 못한 사람들』 속의 능숙하면서도 혼란스러운 텍스트는 작가의 새로운 실험을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시구로의 가장 최신작 『우리가 고아였을 때』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형사 크리스토퍼 뱅크스(Christopher Banks)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10살 무렵 사라진 부모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 상하기로 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주인공의 개인적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예전 소설들의 재탕이 아니다. 이시구로는 고전적인 추리소설들의 대사 패턴을 패러디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 대사 ‘어떤 공허함이 내 시간들을 채웠고, 나는 제니퍼(Jennifer)의 초대를 계속해서 심각하게 고려해볼 것이다’는 쉬운 의미의 결말을 거부한다.
『나를 보내지 마』는 주인공 캐시 H(Kathy H.)가 헤일샴(Hailsham)에 위치한 기숙사 학교에 다니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소설로, 소설의 제목은 캐시가 듣는 허구의 팝 음악 제목과 똑같다. 어리고 순수한 캐시는 노래의 가사가 어머니가 아기를 부르는 것 같다고 여기면서, 배개를 끌어 안고 있을 때 계속해서 그 가사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는 ‘마담’으로만 알려진 수수께끼의 인물이 캐시를 왜 눈물 짓는지 궁금해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된다.
헤일샴은 장기들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들을 위한 학교다. 마담은 나중에 마담이 울었던 이유는 춤추는 캐시가 세상에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2005년 부커상 소설 부문을 비롯해 다른 명망 있는 문학상들의 최종후보작에 오른 이 책은 12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2010년에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 주연의 영화로 각색되었다.
이시구로의 가장 최근 작품인 『녹턴: 음악과 황혼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는 시적인 단편집이다. 그의 가장 초기 출판작인 단편작품들(‘이상하면서 가끔씩 슬픈(A Strange and Sometimes Sadness)’, ‘J를 기다리며(Waiting for J)’, ‘중독(Getting Poisoned) (1981)’, ‘가족과의 저녁식사(A Family Supper) (1982)’) 중 많은 작품들이 『7인의 소개: 신인 작가 작품』에 포함되어 있다. 『녹턴』의 이야기들은 베니스(Venice)로부터 몰번 힐즈(Malvern Hills)까지, 런던으로부터 할리우드(Hollywood)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모든 이야기를 연결하는 공통의 주제는 음악과 황혼이다. 때로는 비극적이고, 때로는 익살맞으며 어이없기도 한 이 단편집은 레퍼토리와 다양함, 그리고 울림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추적사건25시 문화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