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사건25시

대법원, "효도계약 깬 아들, 상속재산 반환하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12-28 05:29

본문

대법원, "효도계약 깬 아들, 상속재산 반환하라"
노부모를 충실히 부양하겠다는 ‘효도계약’을 맺고 아버지의 부동산을 물려 받은 뒤 약속을 저버린 이른바 ‘먹튀 아들’에게 “재산을 반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유모씨가 “증여계약의 효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집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아들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유씨는 2003년 12월 자신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2층짜리 단독주택(대지 351.6㎡)을 아들에게 넘겨 줬다. ‘아버지와 같은 집에 동거하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는 조건이 붙은, 일종의 ‘효도계약’에 따른 증여였다. 아들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은 무효이고 즉시 부동산을 아버지에게 돌려주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도 썼다. 유씨 부부에게 남은 마지막 노후자산인 집까지 아무런 조건 없이 아들에게 물려주긴 어렵다는 심정에서 마련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셈이다.
사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준 것은 주택만이 아니었다. 경기 남양주군 임야 3필지도 증여했고, 지금은 아들이 경영하는 화장품업체의 주식도 전부 넘겨줬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땅과 건물을 팔아 아들의 경영 실패로 지게 된 회사 채무도 대신 갚아줬다. 성직자인 유씨는 해외 출장이 잦은 아들을 위해 출입국 전후로 직접 아들과 대면해 기도까지 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장성한 아들의 뒷바라지를 계속했다.
그러나 아들은 가회동 집이 자신의 명의가 되자 돌변했다. 아들 부부는 1층에서 살면서도 2층의 부모와는 식사조차 하지 않았다. 2007년부터는 유씨 아내가 허리디스크로 거동이 불편해졌는데도 아들 부부가 집안 일을 전혀 거들지 않았다. 아픈 몸으로 살림을 홀로 떠안아야 했던 노모가 2013년 11월부터는 거동할 수 없게 됐는데도 아들 부부는 간병을 외면했고, 병 수발은 큰 딸이 도맡았다. 심지어 아들은 노부부에게 요양시설에 갈 것을 권하기까지 했다.
서운함을 느낀 유씨는 아들에게 집 명의를 돌려달라고 통보했다. 당시 살던 집을 팔아 노부부가 따로 생활할 아파트를 마련하려 했던 것이다. 자산으로 남아 있던 낙원동 땅과 건물도 아들 회사 채무의 담보로 잡혀 있어 처분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천년 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해”라는 아들의 막말이었다. 유씨는 결국 딸의 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dcfr.jpg
대법원은 유씨의 집에 대해 “단순 증여된 게 아니라 자녀가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는 조건으로 한 ‘부담부 증여’(민법 561조)”라고 판단했다. 이어 “상대방이 부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증여계약이 이행됐더라도 해제할 수 있다”면서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부모가 노령에 병환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한 집에서 식사도 같이 하지 않는 등 부양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1ㆍ2심의 판단도 그대로 인정했다.
직계혈족의 부양의무가 민법(974조)에 명시된 만큼 유씨 부자의 계약상 ‘충실히 부양한다’는 조건은 생활능력이 없는 부모를 돌본다는 일반적 수준의 부양을 넘어선 것이라는 게 사법부의 해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모가 소유권 등기 이전을 해준 뒤라도, 자녀가 부양의무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증여계약을 해지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다는 게 판결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추적사건25시 사회팀

주요사건

주요사건
  • 年初 화재 주의, 서울 청계공구상가 야간 피해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설 연휴가 끝나고 새해 업무가 한창인 연초부터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시민 재산에 큰 손실이 발생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5일 오전(새벽)에도 …

  • 10대 남, SNS서 만난 또래 여성 길거리서 흉기로 살해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30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에서 만나 4년 여간 연락을 해오다 상대 여성(16)이 연락이 줄어들자 다른 남…

  • 40대 부부, 자녀와 함께 사망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24일 양주경찰서에 따르면 관내 회암동 회암사지 공터에서 며칠간 주차돼 있던 차량 안에서 40대 부부와 아들(11), 딸(5) 등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발…

  • 10대 남, 尹 퇴진촉구 집회에서 "시끄럽다"며 참가 여성…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그렇잖아도 국내가 여야의 정쟁으로 내내 시끄러운 차에 돌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비상계엄선포’사태는 국민들의 원성을 끌어내 나라 곳곳에서 대…

사건사고

Total 1,095건 62 페이지

주요사건

주요사건
  • 尹 탄핵, 헌법재판소 ‘내란죄’ 두고 공방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지난 3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관련해 2차 변론 준비 기일을 진행하면서 윤 대통령 측과 국회탄핵소추단 측 간에 탄핵 사유에 ‘내란죄 혐의’를 …

  • 尹 체포영장 집행, 경호처 제지에 물러서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3일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집행’이라는 현실 앞에 당일 이를 찬반하는 시민들의 집회시위대가 4천여명(경찰 추산)이 윤석열 대통령 관저 주위에 운집…

  • 고령화 시대, 2055년도에 국민연금 바닥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해서 한국의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는 1024만4500명이라고 밝혔다.이는 한국 전체 인구의 20%로서 국제…

  •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주범, 징역 15년 선고

    [추적사건25시 엄대진 대기자]9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김수정 판사)에 따르면 ‘760억원대 전세사기’‘세입자 500여명 피해자’를 저지른 사기 등 혐의 재판에서 주범 A 씨에겐 징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