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태, 복지부 압력인가? 본부장 판단미스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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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10-22 06:14본문
국민연금 사태, 복지부 압력인가? 본부장 판단미스인가?<2>
최 이사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일련의 사태 전개과정에서 자존심을 훼손당한 데 대해 격앙된 어조로 울분을 토했다고 전해진다. 자신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복지부와 충분한 협의끝에 기금운용본부장 연임불가 결정을 내렸는데, 항명이니 월권이니 하는 말을 듣는 데 대해 "도대체 내가 무슨 항명을 했고 월권을 했냐"면서 "제가 정신나간 놈입니까. 저한테 이렇게 하는 분들 천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이사장은 복지부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길 기대하고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해 장기전 태세마저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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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비(非)연임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기금이사의 임기 2년을 지켜보면서 평가한 결과, 연임을 시키면 큰일이 나겠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또 누군가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구도를 정해놓고 그렇게 밀어붙이려다 막히니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면서 배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다음은 최 이사장과 인터뷰한 언론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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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의사를 밝혔나?
▲ 사퇴는 내가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사퇴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어제 정진엽 복지부 장관을 만나서 어떤 제안을 받고 3시간 동안 고민하다가 밤 10시30분께 전화해서 복지부 제안을 받을 수 없다고 하고, 제가 생각하는 안을 제시했다. 오늘 오후에 복지부에 다시 전화해서 하루 정도 말미를 줄 테니 내 제안에 대한 답변을 달라고 했다. 아마도 오늘(21일) 장관에게 보고됐을 것이다. 복지부에서 시한을 지켜서 답변을 주면 좋겠지만, 시한을 넘기더라도 답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걸 검토해서 다시 (거취를) 고민해보겠다. 저로서는 제 제안이 수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 복지부가 거절하면?
▲ 복지부가 내놓을 답변을 봐야지 얘기할 수 있다.
-- 사태가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느냐?
▲ 그건 아무도 모르고, 누구도 장기적으로 가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 현재 심정은?
▲ 짓밟혔다는 느낌이다. 내 편을 들라는 얘기가 아니고, 도대체 내가 무슨 항명을 했고 월권을 했느냐.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연임과 관련해 복지부 장관과 협의했고, 연임불가 결정을 내렸다. 제가 무슨 정신 나간 놈이냐. 복지부와 상의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하게. 8월 30일부터 종합 국감을 받을 때까지 40일간 협의했다. 전임 전광우 이사장 시절에 이미 기획재정부에 문의해서 기금이사의 연임 여부 결정이 이사장의 고유권한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들어 알고 있다. 저한테 이렇게 하는 분들 천벌받을 것이다. 명색이 전직장관이고, 산하기관장인데, 상급기관인 복지부가 지켜줘야지, 누가 지켜주겠느냐.
-- 사태의 본질은?
▲ 본질은 너무도 간단하다. 내부 인사문제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과는 알력이 없다. 그 사람한테도 우리가 여기에 일하러 왔다, 열심히 제대로 하자 그렇게 말했다. 그동안 기금이사의 임기 2년을 지켜보며 실적, 리더십, 조직관리, 운용철학 등을 놓고 평가를 했다. 그 결과 연임을 시키면 큰일 나겠다고 판단했다. 토종 CIO(최고기술경영자)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규모가 500조를 넘고 조만간 1천조원이 될 텐데, 이런 상황에서 기금운용과정에서 수익이 마이너스 2%가 되면 (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나는 만고의 역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기금운용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잔다. 200명에 불과하던 기금운용인력을 내가 이사장으로 와서 2년 만에 340명으로 늘린 것도 그런 이유다. 내가 뭘 잘못 했느냐. 잠을 설쳐가며 기금운용을 열심히 잘하려고 했는데, 칭찬은 못해줄망정 이게 뭔가. 내가 내 사람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앉히려는 것도 아니고. 소위 경상도 사투리로 '쌔빠지게' 일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학대하고 이럴 수 있느냐. 하늘에서 천벌을 내릴 것이다.
-- 사태가 왜 이렇게 확산했다고 보나?
▲ 누군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구도를 정해놓고, 그렇게 밀어붙이려다 내가 안 된다고 하니까……. 참 답답하다. 이렇게 되면 나만 죽는 게 아니고 대한민국이 죽는다. 나는 기금운용과 연금제도 관리에 힘쓴 죄밖에 없다.
-- 궁지에 몰린 형국인데.
▲ 그건 나한테 묻지 말고, 나를 궁지에 몰아넣은 사람한테 가서 왜 (최광 이사장을) 궁지에 몰아넣느냐고 되물어봐라. 부덕의 소치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 이 모든 일이 서로 협의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공인 대 공인으로 공적인 일을 놓고 의견교환을 하는 것이다. 주먹다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협의과정에서 상대편의 인격을 존중해줘야 하는데, 본질적인 문제를 제쳐놓고 나를 일방적으로 조직관리도 못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해서, 그게 불만이 크다. 일을 이렇게 꼬아놓은 사람들이 나한테 되레 일을 해결하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느냐. 언론들도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데, 언론이 지레 먼저 판단을 해서 일방적으로 쓰는 것도 문제다. 독자에게 적어도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실대로 전달하고 국민이 각자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아무튼 이 문제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참으로 간단하고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는데,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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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