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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서 현금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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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6-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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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서 현금이 사라지고 있

"나는 계산서에 찍힌 돈을 지불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해요. 슬프지 않나요? 그리고 날 위해 남겨진 돈은 한 푼도 없는 것 같아요. 안된 일이죠" 1970년대를 휩쓴 스웨덴 4인조 혼성그룹 '아바(ABBA)'의 4집 앨범에 수록된 곡 '머니 머니 머니(money money money)'의 한 소절이다. 이 노래는 현금만능주의를 꼬집으며 그 해 영국 차트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바는 해체됐지만, 이 곡을 작곡한 아바 멤버 비요른 울바에우스는 여전히 현금 반대론자다. 그는 스웨덴을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아바의 40년 역사를 담은 스웨덴의 아바박물관 역시 신용카드로만 입장권을 살 수 있다. 현금은 절대 받지 않는다.

지난해 인기를 끈 tvN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서 제작진들은 출연자들을 라오스 오지에 데려다 놓고 쥐꼬리만큼 현금을 쥐어줬다. 주어진 예산만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출연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제작진들의 꼼수는 스마트폰 결제 수단인 '페이팔(Paypal)'로 숙박비를 결제한 한 출연자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다. 출연진들은 고생하기는커녕 여유롭게 돈을 쓰며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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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신용카드나 핀테크가 현금을 대체하고 있다. 덴마크는 최근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첫 테이프를 끊었다. 빠르면 내년 초부터 레스토랑, 주유소, 옷가게 등 개인들이 운영하는 업장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민 4분의 3이 온라인 구매에 직불카드를 사용할 정도로 비현금 결제가 보편화된 데 따른 것이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지난해 지폐와 동전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덴마크 정부가 세계 최초의 현금 없는 사회로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스웨덴은 이미 현금 없는 사회로 접어들었다. 버스 요금의 현금결제를 중단했으며, 성당이나 교회에서는 카드로 헌금을 낸다. 노숙자들이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빅이슈' 잡지조차도 카드로 살 수 있다. 스웨덴 대형은행 6곳 중 5곳은 현금 없는 지점을 늘려가는 정책을 쓰고 있다. 워낙 은행에 현금이 없다 보니 지난 2013년 스웨덴 스톡홀름 은행에 침입한 강도가 빈손으로 돌아간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영국과 미국 역시 현금 없는 사회로 변모한 지 오래다. 영국 금융기관의 협의체인 PC(Payments Council)는 지난해 영국의 현금결제 비중이 48%를 기록, 처음으로 비현금결제 비중이 현금결제를 앞섰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금결제의 비중이 건수 기준 40%를 기록했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14%에 그쳤다. 반면 전자결제 비중은 건수 기준 7%에 그쳤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27%에 달해 대조를 보였다. 비싼 제품은 전자결제로 사고, 생수나 껌 등 저렴한 생필품은 현금으로 사는 것이다.

현금 없는 사회의 장점은 '안전'이다. 현금이 없으면 강도를 당할 위험이 없다. 은행 지점 현금 보유를 줄인 스웨덴에서는 은행강도 수가 2008년 110명에서 2011년 16명으로 3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비요른 울바에우스가 현금 반대론자로 돌아선 것도 자녀가 수년 전 강도를 당하면서다. 그는 "현금은 모든 범죄의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자거래는 모든 거래 기록이 남기 때문에 투명성이 보장된다. 동전과 지폐를 발행하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결제 편의성만 확보된다면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전자결제를 도입한 스웨덴의 빅이슈 잡지 관계자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매출이 이전 대비 약 60% 올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카드와 핀테크 등 새로운 결제 시스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전자결제가 보편화된 스웨덴에서 지난 10년간 카드 사기가 2배로 늘어났다"며 "현금 없는 사회의 전환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돈 거래의 추적이 가능해 사실상 국가의 감시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현금 없는 사회는) 모든 돈을 국가의 통제 하에 있는 계좌에 넣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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