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사건25시

대전에서 '세월호' 북콘서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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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15-04-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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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른들이 자식 앞세우곤 못 산다고 했는데 그 말이 다 맞아요. 공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겠다고 운동하는 걸 보면 우리 아이들은 열일곱에 죽었는데 하면서 분노가 막 치밀어 올라요. 누가 마흔 살에 죽었다고 하면 아 20년만, 우리 딸로 23년만 더 살았으면, 그렇게밖에 말이 안 나와요. 우리 승희는 없는데 세상은 아무 일도 없는 듯 돌아가고 사람들이 웃으며 돌아다니는 걸 보면 화가 나고. 억울하고 용납이 안 돼요. 왜 하필 내 딸이 그 나이에 죽었는지….”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세월호 참사 희쟁자 부모 13명을 인터뷰해 쓴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한 구절이다. 이 부분은 단원고 2학년 3반 신승희 학생의 어머니 전민주 씨의 이야기이다. 지난 3일 오후 7시 대전 중구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금요일엔 돌아오렴’ 대전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명의 시민들과 단원고 신승희·유미지 양의 부모들이 참석했다. 승희와 미지는 중학교 때부터 단짝친구였다.

승희는 소문난 효녀였다. 마지막 수학여행을 떠나기 10일 전, 승희 엄마와 아빠는 결혼 20주년을 맞아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승희는 장학금으로 받은 60만원을 고스란히 부모님께 드려 비용을 마련했다. 승희가 엄마 아빠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승희 어머니 전 씨는 “지난 1년간 승희 언니인 승아도 많이 힘들어했다. 지난해 어려운 고3을 보내고 대학교에 간 승아가 ‘엄마, 학교 친구들이 세월호 얘기하면서 유가족들이 돈을 많이 가져갔다고 얘기 할 때면 너무 마음이 아파. 힘들어’라고 말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며 “승아라도 지키려고 하지만 그것마저 버거운 세상이다. 국민들도 '세월호 지겹다'며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버리고 맑고 순수한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해 주셨으면 한다”고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이어 승희 아버지 신현호 씨가 마이크를 잡았고, 한 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수백 여 명이 함께 있는 공간이지만 눈물을 훔치는 훌쩍임 소리와 안타까운 탄식 소리만이 간간히 울렸다. “우리 승희는 제가 술 먹고 들어오면 튼튼한 두 발로 배를 조르곤 했어요. 항상 전 엄한 아버지였고 친구 같은 정도 못 느꼈을 거예요…. 승희가 떠난 4월 16일, 그날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지난 2일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주장하며 삭발한 신 씨는 지금도 승희의 사진과 동영상을 잘 보지 못한다. 여전히 문을 열고 승희가 돌아올 것만 같다는 그다. 4월 16일 이후로 그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체육관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줄어가는데 그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초조하고… 내 딸이 유실됐나, 인원이 줄어드니까 머릿속이 온통 다 그런 생각밖에 안 나. 막상 내 딸이 나왔는데 나머지 유가족들을 못 보겠더라고. 여기 누구 엄마, 여긴 누구네, 여긴 선생 그다음에 나, 이렇게 넷이 다 같이 모여 있었어. 그중 나만 나왔어. 생각해 봐. 다 안 나온 중에 나만 나왔다니까. 그날 미지 데리고 오는데 그간 동고동락했던 사람들 얼굴을 볼 수가 없더라고. 미안하고 죄스럽고. 지금도 다 안 나왔어. 그 사람들이 어깨 툭툭 치면서 축하한다고 그래. 근데 거기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을 수 있냐고, 그 상황에서." 2학년 1반 유미지 학생의 아버지 유해종 씨의 이야기이다. 유 씨의 딸 미지는 3월 16일 태어나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바다에 갇혔고, 5월 16일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유 씨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내 딸 자랑을 하고 싶다”고 입을 열고 “미지는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불의를 참지 못했던 아이였다. 반장도 했고, 친구도 많았다. 홀로 자연중학교 준비 서류를 준비해 당당히 합격해 엄마 아빠를 자랑스럽게 해 줬던 딸이었다”고 미지를 회상했다. “미지가 나하고 농담을 잘해. 생전에 나랑 팔짱 끼고 드러누워서 ‘아빠, 이 다음에 내가 아빠 비행기 태워줄게’ 했어. 그 말 많이 하잖아,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고. 한 200번(시신 수습 순서)까지는 앰뷸런스 타고 올라왔을 거야. 그 뒤부터는 (시신)훼손이 많이 돼서 바로바로 올라가야 하니까 헬리콥터를 타고 간 거야. 근데 미지가 나왔는데 그 생각이 딱 나는 거야, 헬리콥터를 딱 탔는데. ‘아유, 이 자식이 죽으면서까지 비행기를 태워주는구나’. 그때 울음이 나더라고. 헬리콥터로 올라오는 동안 내내 관 옆에서 울었어. 와, 이 자식이 죽으면서 까지도 약속을 지키려고 그랬을까.”

유 씨와 미지의 오래된 약속은 결국 미지가 세상을 떠나고서야 지켜졌다. 유 씨가 마지막으로 미지와 함께 했던 ‘하늘여행’을 한탄하는 내용이 책에 담겨있다. 유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이 생생히 서술된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단원고 학생들이 원래 수학여행에서 돌아오기로 했던 금요일에 아이들이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을 담고 있다. 책은 공황장애 때문에 집안에서 주로 생활해온 김건우 학생 어머니, 오래전 딸이 맹세한 약속이 죽은 뒤에나 지켜졌다며 한탄하는 유미지 학생 아버지, 수능을 앞둔 언니가 매일 동생 꿈을 꾸는 신승희 학생의 언니 승아 양의 이야기, 단 하나의 혈육을 잃고 혈혈단신이 된 김소연 학생 아버지의 이야기 등을 생생하고 세세하게 다룬다.

유가족들의 절절한 마음과 힘없는 개인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격정적인 분노와 무력감, 사건 이후 대다수 가족들이 시달리고 있는 극심한 트라우마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중요한 기록이다. 출판사는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전액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공익활동에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행사는 김정숙 충남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바우솔 작가가 붓글씨 쓰기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룰루랄라음악협동조합이 승희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불르며 유가족과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위로했다.

[류재복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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