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 시행-누리과정 이어 제2의 보육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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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6-06-23 08:25본문
맞춤형 보육 시행-누리과정 이어 제2의 보육대란
보건복지부의 '맞춤형 보육' 시행에 반발하는 일부 어린이집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이로써 심각한 보육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한민련)은 단체 회원 어린이집 1만4천여곳 중 1만여곳이 23~24일 이틀간 집단휴원을 단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어린이집들은 운영을 평소의 10~20%로 낮추는 축소운영 방식으로 집단휴원에 참여한다. 나머지 80~90% 아동에 대해서는 학부모들에게 가정 보육을 하도록 양해를 구했다고 한민련은 밝혔다. 이는 복지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대해 민간단체가 임의로 어린이집 운영을 정지하면 무거운 행정 처분이 내려질 수 있어 어린이집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일부 운영을 유지한다는 다소 영유아를 볼모로한 비열한 한민련의 대응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부모의 동의를 받아 원아의 전원조치 등 사전 준비 없이 자의로 시설 운영을 정지하면 먼저 시정 명령을 받는다. 시정 명령을 어기면 1년 동안 운영이 정지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시설이 폐쇄될 수도 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없게 된 부모들은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 등에서 "갑자기 아이를 집에서 혼자 돌보게 됐다"거나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휴원을 통보해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 의견을 올리며 심각한 불편들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집단휴원에 따른 불편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 국내 최대 어린이집 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는 이번 집단휴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무거운 행정 처분 때문에 어린이집 측에서도 무턱대고 아이를 받지 않기도 어렵다. 한민련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집에 보내온 아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단체들은 과거에도 집단휴원을 강행한 적이 있었지만, 보육교사 일부가 연차를 내고 시위에 참여하는 정도에 그쳤다. 정부도 줄기차게 집단휴원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는 "어린이집들이 모든 부모의 동의를 받았다면 처벌하기가 어렵겠지만, 실제로 운영과정에서 학부모의 불편을 야기하면 사례를 접수해 엄정하게 행정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맞춤형 보육이란 무엇인가?
‘맞춤형 보육’은 어린이집 0~2세반 이용 아동(2013년 1월 1일 이후 태어난 아동)을 대상으로 장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12시간의 종일반 보육을 지원하고, 적정 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6시간의 맞춤반 보육을 지원하는 제도다. 직장맘의 경우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12시간 동안 맡길 수 있지만 전업주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읍·면·동 주민센터 또는 복지부로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고 있다.
정부는 아이의 발달단계와 부모의 필요 상황에 맞는 다양한 보육 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고, 보육료 지원 단가가 높아져(종일반 전년 대비 6% 인상) 질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맞춤형 보육 무엇이 문제인가?- 부모들은 불만, 어린이집은 운영문제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어린이집은 물론 전업주부도 직장맘도 해당 정책에 불만이 많다. 특히 맞춤형 보육에 대해 직장맘과 전업맘의 편 가르기, 아이의 생체리듬을 모르는 탁상행정 표본, 출산 장려를 역행하는 주먹구구식 보육정책, 보육료 삭감과 예산절감을 노린 꼼수 정책 등의 비난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맞춤반 아이들의 경우 오후 3시에 하원을 해야 하는데 보통 만0~2세 아이들은 3시면 낮잠을 자고 막 일어나는 시간이거나 아직도 자고 있을 시간이다. 억지로 아이를 깨워 하원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생체리듬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전업주부들은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육시간을 일방적으로 단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상대적인 박탈감마저 느낄 수 있다.
반면 직장맘들은 빨리 하원하는 아이들을 보며 남겨진 내 아이가 느껴야 할 불안감을 걱정했다. 특히 이 내용은 지난 10일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의 서울 용강주민센터 간담회에서도 지적되면서 정 장관도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당시 정 장관은 "남아있는 아이가 불안해 한다는 데까지는 생각 못해봤던 문제"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한편 맞춤형 보육에 대한 어린이집들의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맞춤반 보육료는 종일반의 80%로 조정되는데 맞춤반 조정이 많을 경우 해당 어린이집의 운영상 타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보육료 삭감은 고스란히 보육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정부가 맞춤형 보육을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누리과정에 이은 또 한 번의 보육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보편적 복지에서 선택적 복지로 가자는 정부의 방침중 정책의 한 일환인데 보육은 교육이며 운영상의 효율성만으로 결정될만한 정책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