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구 획정 합의, 테러방지법은 더민주 또 발목잡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6-02-23 20:33본문
여야, 선거구 획정 합의, 테러방지법은 더민주 또 발목잡기
여야, 선거구 획정 극적 합의
여야가 선거구 공백사태 54일 만인 23일 선거구 획정기준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세부 선거구를 획정하는 절차가 남았지만, 인천을 제외하면 여야간 이해관계가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다. 선거구가 줄어든 농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합의한 만큼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이날 인구산정 기준일을 10월 말로 정함에 따라 선거구 인구기준 하한(14만명)에 미달하는 통ㆍ폐합 대상 선거구 25곳과 상한(28만명)을 초과한 분구 대상 선거구 46곳이 확정됐다.
막판 쟁점이었던 석패율제는 새누리당이 국민의당 창당에 따른 ‘3당 효과’로 얻게 되는 실리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수용하지 않았다. 투표참여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야당의 요구도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야의 합의에도 약간의 불씨는 남았다. 지역구 의석수가 14석으로 1석 늘게 된 인천은 상한인구를 초과한 서ㆍ강화갑 재획정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서구에서 강화를 분리해 계양과 붙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민주는 강화를 중ㆍ동ㆍ옹진과 합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은 의석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다. 경기는 8개 지역구가 새로 생겨 의석 수가 52석에서 60석이 된다. 상한인구를 초과한 양주ㆍ동두천과 여주ㆍ양평ㆍ가평은 인접한 포천ㆍ연천 지역구와 엮어 재조정해 선거구가 1개 신설될 전망이다. 양주가 독립 선거구가 되고, 동두천ㆍ연천, 포천ㆍ가평, 양평ㆍ여주가 묶인다. 군포, 광주, 김포, 수원, 용인, 화성, 남양주에서 분구로 각 1석씩 총 7석이 는다. 서울은 강남갑ㆍ을과 강서갑ㆍ을이 분구로 지역구가 1곳씩 늘고, 중구가 성동과 통폐합돼 의석수가 50석으로 1석 증가한다.
수도권 의석이 크게 늘게 되면서 강원ㆍ경북을 중심으로 한 농어촌 지역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강원의 경우 의석이 9개에서 8개로 준다.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를 고성과 합치고, 속초ㆍ양양을 홍천ㆍ횡성과 합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같은 획정안이 확정되면 새누리당 정문헌ㆍ황영철 의원이 한 지역구에서 경쟁해야 한다. 영남은 선거구가 67개에서 65개로 2개 준다. 우선 경북 선거구가 15개에서 13개로 축소된다. 영주와 문경ㆍ예천, 군위ㆍ의성ㆍ청송과 상주를 합치기로 했다. 경산ㆍ청도에서 청도를 떼 내 영천과 묶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역 의원들간 맞대결이 불가피해졌다. 대구는 12석으로 변화가 없다.
전체 18석인 부산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중ㆍ동구에서 중구를 떼 내 영도구와 붙이고 동구는 서구와 통폐합하면서 1석이 준다. 대신 해운대와 기장을 분구해 선거구가 1개 는다. 경남도 현행(16석)을 유지하게 됐다. 의령ㆍ함안ㆍ합천을 분리해 하한인구에 미달한 산청ㆍ함양ㆍ거창에 합천을 붙이고, 남은 지역을 밀양ㆍ창녕ㆍ의령ㆍ함안으로 합쳐 1석을 줄이기로 했다.
호남은 30석에서 28석으로 2석 준다. 광주는 하한인구에 미달한 동구를 남구와 합친 뒤 구ㆍ시ㆍ군 분할금지 예외를 적용해 갑ㆍ을로 나눠 8개 의석을 유지할 전망이다. 전북은 의석수가 11개에서 10개로 축소된다. 김제ㆍ완주와 통폐합 대상인 진안ㆍ무주ㆍ장수ㆍ임실, 남원ㆍ순창, 정읍, 고창ㆍ부안 등 5개 선거구를 김제ㆍ부안, 무주ㆍ진안ㆍ장수ㆍ완주, 정읍ㆍ고창, 남원ㆍ순창ㆍ임실 등 4개 선거구로 재조정할 전망이다.
전남도 의석 수가 10개로 1석 준다. 인구하한에 미달한 고흥ㆍ보성, 영암ㆍ장흥ㆍ강진, 무안ㆍ신안 등 3개 선거구를 무안ㆍ신안ㆍ영암, 고흥ㆍ보성ㆍ장흥ㆍ강진으로 재편하거나 무한ㆍ신안ㆍ영암ㆍ강진, 고흥ㆍ보성ㆍ장흥으로 다시 묶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지역구인 순천ㆍ곡성은 곡성을 분리해 광양ㆍ구례와 합치기로 했다. 제주는 현행 3개 선거구 모두 변화가 없다.
충청은 25석에서 27석으로 2석 늘게 됐다. 7석인 대전에서 유성이 분구돼 1석이 추가된다. 충남은 공주와 부여ㆍ청양이 합쳐져 1석이 주는 대신, 천안과 아산에서 각 1석씩 증가해 총 의석수가 10석에서 11석으로 는다. 충북은 증평ㆍ진천ㆍ괴산ㆍ음성에서 괴산을 분리해 보은ㆍ옥천ㆍ영동과 묶는 방식으로 현행 8개 선거구를 유지한다.
획정위는 국회에서 획정기준을 넘겨받은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해 선거구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자치구.시.군 분할.통합을 결정하는 구역조정소위와 선거구 내 읍.면.동 경계 조정을 논의할 경계조정소위 등도 잇따라 개최해 획정안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국회는 획정위로부터 획정안을 넘겨 받아 오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국회 관계자는 “지역구 조정 대상이 된 의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 26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선거구 획정 마지노선인 29일 본회의에서 턱걸이 처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더민주 ‘테러방지법’ 또 발목잡기
한편, 국회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새누리당이 제출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안의 심의에 착수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제정안의 처리지연을 국회법상 직권상정 요건 중 하나인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하고 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그러나 앞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요구서를 제출한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처리 저지를 위해 김광진 의원을 필두로 무제한 토론을 시작, 제정안의 이날 본회의 의결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으로 도입된 무제한 토론은 의원 한 사람이 한 차례에 한해 시간과 의사 정족수의 제한 없이 토론을 할 수 있는 제도로, 실제 국회에서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민주는 소속의원 108명 모두 토론을 할 수 있다는 방침이고, 이를 중단시키려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 자체도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가 종료되면 자동 종결되고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표결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달 11일 2월 국회가 끝나고 곧바로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면 당장 첫날이라도 제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
이날 상정된 테러방지법 제정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국가정보원에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통신 이용 정보 수집, 출입국·금융거래 정지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보기관이 테러 정보 수집과 활용의 전문가이고, 주요 선진국들도 정보기관을 정보 수집·활용의 '컨트롤타워'로 활용한다는 점을 들어 이 조항을 반드시 사수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반면 더민주는 국정원에 정보 수집·활용 권한을 주면 불법·탈법적으로 이를 활용해 민간인 사찰과 야당 감시 등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정안은 또 대(對)테러 정책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신설하고, 그 산하에 테러 경보 발령, 관계당국 간 업무 분담 및 조정 등 대테러 실무를 총괄하는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도록 했다. 아울러 테러를 선전·선동하는 글 또는 그림, 상징적 표현이나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물 제조법이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되면 대테러 관련 기관이 해당 기관에 긴급 삭제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대테러 관련 기관이 외국인 테러 전투원으로 출국하려 한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내·외국인에 대해 일시 출국 금지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테러단체 관련자를 강력히 처벌할 구체적 근거도 마련했다.
다만, 다른 사람을 테러 관련 혐의로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무고 또는 위증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사람은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대테러활동에 따른 국민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테러대책위에 인권보호관 1명을 두도록 했다. 이밖에 테러 계획·실행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고 국가가 신변을 보호하도록 하는 한편, 보복 피해 등을 당한 사람에게는 치료·복구에 필요한 비용과 특별 위로금 등을 지급하는 피해 보상 규정도 마련했다. 더민주에 대한 국민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