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고소고발 사태, 시민들, 독자들 충격<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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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7-28 08:31본문
김영사 고소고발 사태, 시민들, 독자들 충격<1>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신경숙 표절사태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국내 문화 출판계에 또 하나의 볼썽사나운 사건이 터졌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김영사 내부의 추악한 경영권 분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박은주(58) 전 김영사 사장이 김강유(68·김정섭에서 개명) 현 김영사 대표이사 회장을 총 350억원 규모의 배임과 횡령, 사기 혐의로 지난 23일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박은주 전 김영사 사장
김 회장이 2007년부터 공공연히 경영에 개입해 매달 1000만원의 비자금과 운전기사 비용, 카드 대금 등으로 자금을 유용하고 자신의 소유 주식 등 재산을 가로챘다는 주장이다. 박 전 사장은 1989년 김영사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이래 25년간 김영사를 실질적으로 이끌며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회사로 키워 내는 등 출판계를 주도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지난해 5월 말 박 전 사장이 전격 사임하고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직에서도 물러나면서 출판계에서는 여러 의혹이 제기돼 왔다.
김강유 김영사 회장
특히 박 전 사장의 사임을 전후로 일부 임직원의 부당 해고와 배임, 횡령 소송 등이 잇따르며 경영권을 둘러싼 김 회장과 박 전 사장 간의 갈등 심화설 등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하지만 박 전 사장이 1년 넘게 외부와의 접촉을 끊으면서 이는 의혹으로만 남겨졌다. 박 전 사장은 이날 모 언론에 “김강유 회장 측에서 유통 쪽 직원들을 상대로 208억원을 횡령했다고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이것이 내가 보고를 받았다고 증언해서 그런 것이라며 항고를 하겠다고 했다”면서 “김영사를 지키기 위해 침묵을 지켰지만 어차피 법정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음해와 혼란을 정리하려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김강유를 배임·횡령·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은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어떤 방식으로도 회사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음을 떳떳하게 밝힌다”고 주장했다.
사태의 내막은?
박은주(58) 전 김영사 사장의 폭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박 전 사장은 27일 모 언론에 “김강유(68·김정섭에서 개명) 김영사 회장을 교주로 모시고 용인의 한 법당에서 20년간 숙식을 하면서 월급 20만원을 받았다”며 “월급·보너스·주식배당금 등 20년간 번 돈 28억원을 모두 바쳤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당과 관련해서는 “김 회장과 공동교주인 여성 A가 ‘이곳은 몸과 마음과 재산 모든 것을 바치는 곳’이라고 해 그대로 따랐다”고 폭로해 메가톤급 파장이 일 것같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돈을 바치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20년 법당 합숙은) 자발적으로 수행했다가 제 발로 나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과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다분히 피상적이기에 이말을 믿을 사람은 없어 보인다. 두 사람의 그동안의 관계는 인생 사제지간이었고 추악한 싸움의 본질은 돈이었다. 양측은 서로가 수백원대 횡령의 장본인이라며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박 전 사장은 지난 23일 김 회장을 총 350억원 규모의 배임·횡령·사기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또 김영사는 박 전 사장이 사직한 직후 208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임직원을 고소했고, 검찰이 지난 4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김영사는 이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이번 사태의 기원은 1년 2개월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4월 김영사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강유 회장이 현직에 복귀하면서 박 전 사장이 5월 돌연 사퇴했다. 김영사 측은 “박 전 사장이 사재기 의혹과 매출 부진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진 것”이라고 밝혔지만 온갖 억측이 끊이지 않았었다.
박 전 사장은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공채로 출판계에 입문했다. 이후 1989년 31세의 나이로 김영사 대표이사에 올라 ‘출판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출판의 여왕’ 자리에 등극했다. 종국엔 ‘박은주 없는 김영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박은주 경영체제의 김영사는 뛰어난 출판 기획력과 마케팅으로 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김영사 황금시대’였다.
국내 최초의 밀리언셀러였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물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먼 나라 이웃나라’ ‘정의란 무엇인가’ 등, 그 사이 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수직상승을 거듭해 500억원대 규모의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로 성장했다.
박 전 사장의 몰락을 바라보는 출판계의 시각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나고 있다. 박 전 사장의 재능과 역량을 높이 사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계 일각에서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관계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랜 기간 성공신화를 써온 스타출판인도 오너와의 사적인 문제 때문에 토사구팽당하는 한국의 저급 경영현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30대 초반 대표이사 발탁에서부터 수많은 대박신화를 쓰며 지난 25년간 국내 출판계 최정상을 지켰던 박은주 전 사장. 그녀가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 출판인으로 재기하고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출판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