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장학재단, 2013년 10월 17억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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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5-20 10:3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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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비자금 저수지’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산장학재단이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돌입 당시인 2013년 10월 돌연 ‘20억원을 기부 받은 뒤 고스란히 지출한 것’으로 국민일보가 단독 확인했다. 이 비용은 손익계산서상 사업비용에는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은 비슷한 처지의 건설사들과 달리 금융감독원 등 관계(官界) 로비를 통해 법정관리를 피하고 3차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서산장학재단을 압수수색해 회계자료 일체를 확보한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이 20억원의 향방까지 따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서산장학재단의 공익법인 결산서류 중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에 따르면 서산장학재단은 2013년에 2월(1000만원), 10월(19억5250만원), 11월(1000만원) 등 3차례 기부를 받았다고 국세청에 신고했다. 명세서를 보면 서산장학재단은 총 19억7250만원을 기부 받았고 기부를 받을 때마다 즉시 지출했다. 2013년 10월에도 19억5250만원 전액을 바로 썼다고 신고했다.
문제는 서산장학재단이 다른 서류인 ‘공익사업 손익계산서’에서 2013년 직원 급여, 장학사업비, 복리후생비 등에 썼다고 신고한 사업비 지출액 전액이 총 2억2897만7750원에 그친다는 데 있다. 두 서류에서의 사업비 지출 차액이자 용처가 불분명하게 남은 돈은 17억4352만2250원에 이른다. 손익계산서상 기부금 수입 전액은 2억13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2억1250만원은 ㈜경남산업 한 곳이 재단에 출연한 금액이었다.
단순한 회계상 오류가 아니라면 손익계산서에서 일부러 거액의 기부금 용처를 감춘 셈이다. 명세표상 서산장학재단이 출처가 불분명한 19억여원을 지출한 2013년 10월은 경남기업이 3차 워크아웃에 돌입했던 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채권금융기관에 직권을 남용, 경남기업을 부당 지원하게 한 혐의로 김진수(55) 전 금감원 부원장보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보가 2013년 10월을 전후해 성완종 의원실에 자주 방문한 사실도 파악한 상태다.
1991년 설립된 서산장학재단의 장학사업은 성 전 회장의 선거일정 등 정치적 행보와 맞물려 활기를 띠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산장학재단은 2011년 25억원이 넘는 돈을 경남기업에서 기부 받아 18억원에 이르는 장학사업을 펼친다. 하지만 대선과 총선이 있던 이듬해인 2012년 집행된 장학금은 266만원에 그쳤다.
수사팀은 2003년부터 경남기업이 기부한 210억원 가운데 서산장학재단이 받은 출연금은 170억원가량에 머무는 데 주목하고 나머지 돈의 흐름을 쫓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돈의 용처가 세부적으로 확인되면 성 전 회장이 생전 주장했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