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내부에서 “더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 자조적 목소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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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6-04-27 17:08본문
새누리, 내부에서 “더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 자조적 목소리 나와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에도 ‘네탓 공방’만 벌이며 계파 간 극명한 갈등을 보이는 데 대해 당 안팎에서 “더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당명 개정 등을 통한 혁신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 같은 당·청 관계 재정립 의견까지도 난무하고 있다. 27일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더 시끄러워야 한다” “당이 더 확실히 망해 바닥을 쳐야 진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한 비박계 초선 의원은 이날 “당이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것이 맞다”면서 특히 “계파별로 나뉘어 ‘우린 아무도 책임 없고 너희만 책임 있다’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20대 초선 의원이 되는 한 당선인은 “어제(26일) 당선인 워크숍을 가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네탓 공방’만 해 솔직히 짜증났다”며 “당이 중소기업만도 못하다”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워크숍에서 몇몇 의원들이 마치 감정풀이 하듯 발언하던데 그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재선 의원은 “더 망하면 혁신이 될까”라며 “더 망하면 의원들 모두 패배주의에 젖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당내에서 당명 개정 등 쇄신 주장도 나오지만 당내 기류는 시큰둥하다. 이명수 의원은 전날 당선인 워크숍에서 “총선에서 지고 나서 더 한심하다”며 “당명 개정을 포함한 당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선 소장파 의원들도 “아직은 아니다”는 의견이 많다. 한 소장파 의원은 “지금은 아니고, 내년 대선 전쯤 나올 수 있는 얘기”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박 대통령 탈당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당선인은 “대통령이 떠나고 싶지 않아도 떠나게 될 것 같다. 시간이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비박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을 향해 “절대 탈당할 사람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뭘 해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하고 허망한 것으로, 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불어 나오고 있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보다 삐걱거리는 당·청 관계가 더 힘들다고 하는데 여태껏 모두 청와대 뜻을 받들어서 해왔다. 언제 당의 목소리가 있었느냐”고 말했다. 정진석 당선인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수평적인 당·청 관계는 피할 수 없는 당의 문제가 됐다”고 했다.
당 차기 원내대표 경선 판세도 오리무중
당안팎이 이런 가운데 한편, 당차기 원내대표 경선 판세도 오리무중이다. 27일 현재 경선일(5월3일)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아무도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아 잠재 후보군만 있을 뿐이다. 현재로서는 김재경(55·경남 진주을) 김정훈(59·부산 남구갑) 나경원(53·서울 동작을) 정진석(56·충남 공주·부여·청양) 유기준(57·부산 서구동구) 홍문종(61·경기 의정부을) 등 6명의 후보가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이다. 거론되는 후보 모두 4선 당선인들로서 풍부한 의정경험과 쟁쟁한 경력을 갖추고 있어 누구도 뚜렷한 선두 그룹을 형성하지 못하고 호각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막판에 가면 판세에 따라 출마를 접거나 계파별로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우선 계파별로 분석하면 유기준 홍문종 의원이 친박(친박근혜)계로, 김정훈 김재경 나경원 정진석 의원이 중립 또는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친박계의 후보 단일화 얘기도 나오지만 유, 홍 의원은 모두 출마 의사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4대 개혁과 경제 활성화법 통과 등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친박계가 나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해양법 전문 변호사 출신인 유 의원은 지난해 11월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며 '세계 해양대통령'이라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임기택 후보 당선과 세월호 선체 인양 결정 등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조직총괄본부장, 현 정부 들어 당 사무총장을 지내며 바닥 조직을 다진 홍 의원은 대부분 친박계 중진이 영남권에 편중됐지만 수도권 출신이라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경선이 만약 이들을 포함한 3자 구도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총선 책임론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어 구도상으로는 유리한 편으로서 수평적 당청 관계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인 김재경 의원은 애초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됐지만 계파색이 엷으며, 국회 법제사법위뿐만 아니라 정무·기재위를 거쳐 예산결산특위 위원장까지 맡아 법률과 경제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정훈 의원도 친이 비박계 출신이지만 4·13 총선에서 정책위의장으로서 청와대와 호흡을 맞춰 공약 성안에 참여했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각의 추천을 받고 있다. 이어 나경원 의원은 서울의 유일한 4선 의원 당선자로서 대중적 인기가 높고 각종 선거에서 동료 의원들에 대한 유세 지원을 통해 친분을 쌓았다. 경선에서 이길 경우 집권여당의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된다. 판사 출신인 나 의원은 제17대 국회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후 지역구에서 3선을 따 냈고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다.
중앙일간지 기자 출신인 정진석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선친인 정석모 전 내무장관이 박정희 전 대통령 정부에서 활동한 바 있어 박근혜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차기 대선에서 충청권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지역을 바탕으로 동료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한편, 오는 6∼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전망에 따라 원내대표 경선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력 주자인 친박계 최경환 의원이 도전할 경우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친박계가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식이다. 그러나 원내대표 경선은 계파에 못지않게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뚜껑을 열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게 역대 선거에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013년 현 정부 출범 후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는 최경환 의원을 전폭적으로 밀었지만 불과 8표 차이로 신승을 거둔 전례가 있다. 이번 역시 새누리당의 과반 붕괴로 새누리당이 차지할 수 있는 국회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몫이 줄어든 만큼 의원들이 친소 관계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제20대 총선 당선인 122명 가운데 36.9%(45명)를 차지하는 초선(비례대표 포함) 의원은 계파 성향과 무관하게 개인적 선호도와 이해에 따라 '자율 투표'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경덕 기자